글을 한창 열심히 써 내려갔던 시기는 마음에 공허함이 가득했던 시기와 겹친다.
러시아가 문학의 거장들을 많이 배출한 배경으로, 혹독하게 추운 날씨에 집에서 술과 함께 고독하게 생각에 빠질 시간이 많아서..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저 우스갯소리로 넘기기에는 꽤 신빙성이 있는 주장인 것 같다. 물론 20세기 후반 이후로 눈에 띄는 작가가 나오지 않는 다는 사실은 이 가설과는 어긋나지만. 아무튼 나는 외로운 마음이 들 때면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
타지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한 후에, 방에 혼자 남겨진 시간이 많았던 시기에 나는 가장 열심히 글을 썼다. 그 글들은 외로움의 산물이었을지도,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불안함의 다른 형태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했던 글쓰기가 이제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과정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고, 더 좋은 글을 위해서 자연스레 다른 이들의 글을 읽는 데 시간을 쓰게 만들었다.
정신을 빼놓고 컨텐츠를 소비하도록 하며 플랫폼에 가둬두려는 기업들의 전략은 성공했다. 보는 순간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라고 뇌를 착각시키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고는 피로와 무력감과 비슷한 기분 나쁜 무언가만 남는다.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도파민을 분출시켜 만드는 가짜 재미와는 달리, 내가 가진 여유 시간에 무언가를 직접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그것은 다르다. 스스로 사유하고, 구성을 짜내고, 생각의 갈래를 뻗쳐나가는 그 과정들에서 머릿속에 잔가지들이 자라나는 느낌이 든다. 시간 내에 무언가를 완성해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혀 좋지 못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분 단위로 재밌는 것들을 가득 때려 넣고도 결국 기분이 나빠지는 그것과는 완전히 반대이다. 그것이 내가 블로그에 글을 남기게 되는 원동력이다.
나는 꾸준히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싶다. 그것이 당분간은 글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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