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코미시마 · 일본 〒812-0053 Fukuoka, Higashi Ward, Hakozaki, 3 Chome−6−18 久松屋商店
★★★★★ · 창코나베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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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와 나베 요리, 하면 모츠나베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모츠나베의 본고장이 바로 후쿠오카이기 때문.
'모츠'는 일본말로 내장을 두루두루 의미하는 단어인데, 이를 채소들과 함께 전골로 끓여낸 음식이 바로 '모츠나베'.
평소에 전골음식을 좋아했기에, 한 끼는 무조건 나베 요리를 먹어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첫날 오후 4시 비행기,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나 숙소로 도착할 예정이었기에 근처에서 먹을 식당을 찾아보던 도중.. 예약했던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체크인 관련 메세지가 왔고, 답장을 한 뒤에,, 숙소 리뷰 페이지를 무심코 눌렀는데.
,,,, 숙소 근처 '창코미시마' 맛있어요. 꼭 가보세요 ,,,,
라는 코멘트가 눈에 들어왔다. 이 가게를 구글 맵에 찾아봤더니, 마침 리뷰도 나쁘지 않아서 저녁 메뉴로 당첨.
이름부터 낯설었던 창코나베.
일본에서 스모 선수들이 고된 훈련을 마치고 허기진 배와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먹는 음식을 통칭 '창코' 라고 하는데, 이것이 전골 요리를 의미하는 '나베'와 합쳐진 메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스태미나에 좋은 것들을 전골 형태로 끓여먹기에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하면서도 든든한 상징적인 음식이다.
처음 들어 본 메뉴였지만, 이런 배경지식을 알고 나니 더 궁금해져서 도전해보기로 했다.
에어비앤비 아파트에서 자전거를 타고 5분쯤 지났을까, 어두운 골목 사이에서 희미하게 붉은빛을 내고 있는 목조 건물로 된 가게가 나왔다. 왠지 긴장이 되어서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는, 미닫이문을 조심스레 열고 천막을 옆으로 살짝 밀며 가게 안으로 발을 내밀었다. 한 테이블에는 기분 좋은 적당한 취기로 얼굴빛이 불그스름해진 젊은 일본인 커플이 수줍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 옆 테이블에는 방금 퇴근하고 온 듯한 정장 차림새의 세일즈맨 세 분이 전골과 소주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있었다. 심야의 식당을 배경으로 하는 일본 드라마 속으로 빠져든 것만 같다고 생각하던 도중, 푸근한 이미지의 사장님이 환영한다는 말을 했던것 같다. '이랏샤이마세-'비슷한 말이었겠지. 혼자 방문한 나는 한쪽 구석의 바 자리에 앉았고, 알바생-이라기엔 조금 연배가 있어 보이는 아저씨가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점심을 공항에서 간단히 롯데리아로 때운 이후에 먹은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더 크게 나기 전에 주문을 얼른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메뉴판을 부탁드렸다. 허나,, 한국어 메뉴가 있다는 글을 보고 갔던 것 같아서 부탁드렸는데, 단호하게 없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일본어로 적힌 메뉴판을 봤는데, 날림체로 적혀있어서 어느 페이지가 무슨 메뉴를 적어둔 것인지도 알기가 어려웠다. 이를 눈치채셨는지 푸근한 이미지의 사장님께서 다가오시더니 ",,,카-레나베?" 라고 물어봐 주셔서 다행히 "하잇-오네가이시마스"로 간신히 주문에 성공했다.
앉아서 기다리니 알바생으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가스버너 세팅을 해주셨고, 푸근한 사장님이 곧이어 전골냄비에 카레나베를 가득 채워 올려주셨다. 1인분이라기엔 매우 푸짐한 양이었다. 특제 튀김이 맛있다는 후기를 보고 시키려고 했지만, 그랬다가는 너무 많아 남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국물은 카레 맛과 육수가 잘 어우러져 환상적이었다. 역시나 후쿠오카 명물인 고구마소주를 시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카키리시마를 따듯한 물에 섞어 마시는 오유와리로 한 잔. 먼저 따듯한 김을 타고 올라오는 고구마 향을 느끼고, 한 모금. 부드러운 소주가 지나간 자리에 은은하게 남아있는 고구마 향이 다시 올라올 때 쯤 카레나베 국물 한 스푼. 뜨거운 국물이 다시 지나가며 남아있던 고구마 내음을 다시 느끼게 해줄 때 잘 익혀진 파 한 조각. 특유의 단 맛이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다 보니 국물이 술술 줄어들더군. 슬슬 바닥 긁는 소리가 나기 시작 할 때 이제 죽을 먹어야 하는데. 앗, 뭐라고 주문해야하지?
그렇게 구글 신에게 도움을 청하던 중, 뒤 테이블에 앉은 커플 중에서 남학생이 죠스이-오네가이시마스- 라고 하는 게 아닌가.
잠깐 기다렸더니 냄비를 들고 간 주인장께서 죽을 맛깔나게 끓여 가져오셨다. 나도 조심스레 사장님을 불러 똑같이 주문했고, 이내 먹음직스러운 전골 죽이 나왔다. 여기서 잠깐- 나베 음식을 먹고 남은 국물에 우동이나 죽 등을 먹는 이것을 '시메'라고 한다더라. 아무튼 나는 시메로 죽을 선택했고, 역시나 1인분 양은 아닌듯한 푸짐한 죽이 나왔다. 바닥까지 깨끗하게 닦아 먹은 후에 계산을 하고 나오려고 하니 죠스이는 350엔, 고구마소주는 500엔, 전골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구글 지도에 있는 메뉴판에 있겠지. 허허.
계산하면서 주인장 선생님께서 무슨무슨 이야기를 건네셨는데, 부족한 일본어 실력으로 거의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강 여행하러 왔냐고 물어보는 듯 했다. 그래서 네- 한국인입니다만, 이라고 했더니 오잇-젊은 친구가 대단하구만- 이런 느낌의 대사를 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잘 묵었습니데이- 하고 나오는 길에 알바생 아저씨는 이 골목에 있는 집까지 찾아온 일본어도 못하는 한국 청년이 여전히 신기하셨는지, 물을 가리키면서 오미즈- 하고 알려주셨다. 내가 알바생이었어도 신기했을 것 같긴 하다. 그러고 돌아가는 길에 로손에서 우유 푸딩 하나를 사고, 숙소 근처의 할인 마트 루미에르에 들렀다 에어비앤비 아파트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갔다. 이렇게 첫째 날이 저물어 갔다.
앗, 창코나베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졌네. 근처에 방문한다면 추천합니다, '맛있어요.꼭 가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