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일 아침. 날씨는 맑음.
3주간의 드디어 당일, 아침을 간단히 샌드위치로 떼우고 환전한 돈을 수령하기 위해 은행으로 나섰다.
혹시나 은행에 사람이 많을까 해서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대기인수가 벌써 20명을 넘는게 아닌가? 역시.. 다들 참으로 부지런하시구만.. 하고 생각했으나
우연히 오늘이 은행에서 내년 달력을 나눠주는 날이었기에, 동네 어르신들이 모두 모인 듯 했다.
의도치 않게 오픈런에 참가해버린 셈이다. 그치만 덕분에 내년 우리은행 달력을 겟-!
새마을금고에서 나눠주는것 같이 숫자만 큰 달력일 줄 알았는데 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것이 벽에 걸면 좋겠는걸?
각설하고, 시작이 좋다. 라는 느낌과 함께 전날 저녁 미리 싸둔 짐을 바짝 들고 공항으로.
인천 -> 후쿠오카 비행시간은 한 시간이지만, 집에서 인천공항까지가 한시간 반이라니.
그래도 피곤함은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로 덮고 길을 나섰다. 공항철도를 공항에 가기 위해 탄 것은 처음이라 뭔가 기분이 오묘했다. 분명 예전에 출퇴근할 때 탔던 공항철도에도 나와 같은 설렘을 가지고 탔던 이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 느낌이 이상했다.
평일 점심시간의 공항철도는 너무나 한산해서, 바깥의 풍경이 사람에 가림없이 온전히 비춰졌고, 그날따라 엉따기능이 훌륭했기에 쪽잠을 자기에는 최고의 환경이었다.
눈을 떠보니 화물터미널을 지나고 있었다는.
내려서 어디로 갈지 몰랐지만, 사람들을 따라 걸어가다보니 저절로 나오는 공항.
들어서는 순간 투명한 천장에서 내리쬐는 햇살, 그 천장을 받들고 있는 철제 구조물들과, 공항 특유의 그 웅장한 공기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너무나 좋았다. 인천공항 근무복을 입은 핑크퐁이도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모든 공항을 다 가보지 않았기에 모르지만 인천공항이 훌륭한 시설과 인프라를 갖췄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여유롭게 탑승 수속을 마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음식점을 찾아봤는데 아뿔싸.
음식점들은 탑승동보다는 출발동에 주로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게다가 탑승동 가게들이 코로나 때문인지 대부분 폐점상태였기에, 공항에서의 점심을 롯데리아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롯데리아지만, 그럭저럭 기분좋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오늘이 비행기 뜨는 날이었기 때문이겠지.
비행기는 제 시간에 이륙했고, 해가 넘어갈 때 즈음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검역과 수속이 한 시간정도 걸렸지만, 그 과정이 꽤나 지쳤었지만,,
무수히 연습했던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검역관에게 수줍은 목소리로 외침으로써 후쿠오카 여행의 마지막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