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cooked! All you can eat-
한창 밤샘 근무를 하는 곳에서 일하던 시절에, 새벽 내 일이 없으면 늘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 정말 별의별 주제로 떠들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야식을 까먹으며 각자의 이야기들로 기나긴 밤을 버티던 시간은 평생 잊기 힘들 것 같다. 누군가와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내는 경험은 아마 남은 인생에서 몇 없을 테니까.
하루는 토크 주제가 게임이었는데, 그때 같이 이야기하던 친구 중 한 명이 휴가 때 동생이랑 무슨 요리하는 게임을 재밌게 했다는 거 아닌가? 아니 무슨 요리하는 게임을 여러명이서 재밌게 한다고.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냥 그런 것도 있구나 하고 넘어갔었다.
그러고 시간이 흘러 블로그 주인장은 독립을 했고, 자취를 시작함과 동시에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했다. 게임기를 사고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려고 온라인 마켓에 세일 품목들을 구경하는데, 그 요리 게임이 반값 세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바로 유튜브에 게임 영상을 찾아봤고, 유명한 스트리머인 침-씨가 '구의동 버거형제'라는 제목으로 빠박이 아저씨랑 같이 그 게임을 하고 있었다. 딱 보자마자 사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바로 구매했고, 그게 내가 다운받은 첫 번째 게임이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이 게임은 2인용인 것이다. 아 친구가 자취방에 놀러 오기까지만을 기다려야 이 게임을 할 수 있다니.
그런데 여기서 일본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K군의 등장. 주말 아침 강의를 가기 전날 몇 번 정도 자취방에서 자고 갈 일이 생긴 게 아닌가.
아 절호의 기회다. 물론 큰 시험을 앞둔 이에게 게임시간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뭐 함께 즐길 수만 있다면 고시생에게도 즐거운 순간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아직도 그 시간이 그 친구에게 부담이 좀 되지는 않았을까 마음이 쓰이지만, 그럼에도 그 시간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정말 우당탕탕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게임이었다. task는 단순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나타날 때마다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가령 부엌에서 햄버거를 가지고 서빙하러 가는 길에 늪지에 빠진다거나.. 사실상 팀플의 정석을 요하는 게임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같이 하는 사람과 대판 싸우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시간이 조금 흘러 다른 친구들과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같이 게임을 하면 특정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이라던가 리액션을 봤을 때 사람마다 정말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게 느껴져서 재밌었다. 사람은 참 여러모로 재밌다.
앞으로 더 재미있는 게임이 나타날 지라도, 이 게임을 하던 순간들과 같이 하던 이들과의 기억은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남겨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