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은, 지루하고 피곤한 5일을 버텨야만 주말이 다가오는 끔찍함을 선고받은 일요일 저녁에 무심코 고른 영화 한편, 제목에서부터 진하게 느껴지는 일본 영화의 향기.
거북이가 등장한다는 점 말고는 제목이 영화의 주제와 전혀 연관성이 없다. 물론 숨겨진 의미를 내가 찾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반복되는 매일의 지루함과 회의감을 느끼는 주인공의 감정을 잘 알기에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순간들을 수없이 많이 지나쳐왔기에 주인공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가는지에 집중하며 감상했던 것 같다.
중간중간 소위 'B급'이라 불리는 감성의 개그들을 불편하게 여긴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엉뚱하고 당황스러운 전개 속에서도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느껴졌기에. 직설적으로 교훈을 주입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영화를 차근차근 따라오기만 해도 충분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최고의 영화란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각자 그들만의 기준이 있겠지만, 나는 이런 영화가 좋다. 영화의 흐름에 나를 맡기다 보면, 즐거움과 생각할 거리를 적절히 던져주는 영화.
단순히 반복되는 오늘의 일상도, 평범하게 살아야 한다는 스파이 미션을 수행중이라는 마음으로 산다면 그 순간부터 평범해지지 않는다.
물론 내가 스파이라는 망상을 하며 매 순간을 지내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그 한 주는 조금 달랐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22.10.23 관람 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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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2005) - 왓챠피디아
평범하다 못해 어중간한 삶을 살고 있는 주부 스즈메(우에노 주리). 그녀는 자신보다 애완용 거북에게 더 관심을 쏟는 남편과 무서울 정도로 단순한 일상 속에서 어느 날, ‘스파이 모집’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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