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이 점점 다가올 수록 1학년때를 더 자주 떠올리게 된다. 시작의 순간을 회고하는 것을 보니 끝이 다가오고 있음이 더욱 선명히 느껴진다.
흔히 말하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은, 물론 항상 중요하겠지만, 무언가를 하고 있는 도중에 지켜내는 것이 의미있다. 항상 끝날 때가 되면 뭔가 잘못 되었던 것은 없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겠다든지 이런 저런 생각들을 톺아보지만,
변화라는 것이 한순간에 찾아오는 것은 아닌것 같다. 금방 또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변화되지 않는 모습에 자책하는 자신을 볼 수 있다. 반복되는 실수에 속이 상하고, 점점 그 마음이 자신에 대한 채찍질로 변하고, 그것이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려 한없이 작아지는 굴레속에 빠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를 탈피하는 순간 안목이 넓어지고, 성장의 시기가 오는 것은 분명하다.
새내기 때, 나의 미적분을 담당하시던 교수님과 진로 설계 상담을 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과제라서 반강제적으로 해야하는 것이기에 큰 기대없이 갔지만, 곧내 기대하지 않았던 내 자신을 원망했다. 교수님은 위트있는 토크로 분위기를 마냥 무겁게만은 가져가지 않으시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들의 가벼운 고민도 진지하게 들어주셨다.
한창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와서는, 또 이분과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큰 용기를 내어(이 시절의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용기를 내었던 것 같다) 개인면담을 신청하였다. 막 궁금했던 것이 많았다기 보다는, 그냥 교수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개인면담은 기대 이상으로 값진 시간이었다. 학과 선택과 진로와 관련하여 고민하던 내게, 많은 조언들을 해주셨다. 그 조언이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는 그런 이상적인 결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 고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했던 것은 고민이 아니라 막연한 걱정에 가까웠던 것이다.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중에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 것들이 있다.
우리의 삶은 마치 안개낀 길을 달리는 것과 같아서, 그 앞에 무엇이 펼쳐져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도 되겠지만,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그 앞에는 길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을 내딛지 않고서 걱정만 하느라 시간을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지만, 분명 해는 뜨니까.
그 말이 내게는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아직도 한발짝 내딛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예상하지 못할 미래에 겁먹어 포기하는 일은 없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안개에 겁먹어 삼성전자를 섣불리 매도한 것은 큰 실수였다. 이이이익
역시 사람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구나
그러니까 우리가 살아내는 삶이 더 재밌는 걸지도.
뭐든 마음먹은대로 바뀌면 변화에 더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치 게임에 현금을 무진장 많이 써서 흥미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지루함만이 남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