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9시.
전날 새벽 세 시 가까이 잠든 것 치고는 일찍 깨어났다.
잠깐만 더.. 하며 다시 눈을 붙여보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얇게 뜬 눈으로 확인한 휴대폰 화면 속 시간은 아침 10시.
분명 더 잤는데도 이전보다 훨씬 뻐근한 기분에 살짝 불쾌해진 채로 다시 눈을 감는다..

그러다 결국 11시 반.
침대를 박차고 튀어오르듯 기상
여전히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유독 정신없던 지난 일주일을 그래도 잘 버텼다는 안도감에, 오늘만은 늦게 일어난 나를 질책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잠시 탁상시계를 보며 멍하게 있다가 살짝 옆으로 옮긴 시선 끝에는 수북이 쌓인 빨래 바구니가 있었다.
일주일 동안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아와서는 기숙사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소독티슈를 세 장 뽑았는데, 예상보다 바닥이 깨끗했던 탓에 하나가 남았다. 다시 집어넣기에는 좀 그러니 선반에 쌓인 먼지까지 없애버리기로 결심. 작은 큐브모양 냉장고 옆의 유독 지저분한 곳을 쓸어내어 훔치면 간단 청소 끝.
때가 되었다 생각해서 오랜만에 생긴 여유시간에 이불빨래를 하기로 결심했다.
아까 돌렸던 빨래가 끝날 시간에 맞춰 이불과 베개피를 들고 갔다. 이미 세탁이 끝난 빨래들은 옆에 있는 건조기에 넣고, 이불뭉치는 다시 세탁기에 넣었다.
어느새 비몽사몽 한 정신은 맑아졌고, 위장도 깨어났는지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쌓여있는 닭가슴살을 팬에 데우고, 양상추 샐러드 두 팩을 차가운 물로 씻어 담가놓는다. 그러고는 유통기한이 하루밖에 남지 않은 그릭요거트에 꿀을 섞어 간단히 점심식사를 준비했다. 작은 냉장고와 한정적인 조리실의 조건에서 먹을 수 있는 최선의 영양섭취.
점심을 다 먹고는 건조기의 빨래를 개고, 이불을 다시 건조기에 넣었다. 이불 건조가 끝나면 밖에 나가겠다는 마음으로 이제는 샤워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 기숙사 건조기는 한 번에 45분이니까 샤워하는데 15분, 머리 드라이하고 스킨로션에 5분, 따듯한 물에 더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 누워서 가만히 있는 시간 5분, 그러다가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이 재밌어서 계속 보다 써버릴 15분 정도를 생각하면 적당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이불 건조까지 마치고는 뽀송해진 새 이부자리를 뒤로 한채 밖으로 나왔다. 쨍한 날씨에 미세하게 날리는 송화가루의 텁텁함이 딱 적당한 5월의 금요일이었다.
기분전환을 위해 테라로사에 가서 오늘의 아이스 드립을 주문. 학생증으로 결제를 하려고 하니 학생할인 10%가 있다는 사실을 점원분께서 알려주셨다. 이걸 이제야 알다니..
저녁은 바지락 라멘과 가지튀김을 먹었다. 바지락 라멘 국물을 먹으니 지난 도쿄여행에 이자카야서 먹었던 조개탕이 생각났었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임시저장 탭을 차지하고 있는데, 선뜻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아무튼 저녁을 먹고 돌아와서는 잠시 누워있다 더이상은 미룰 수 없는 과제를 조금 만지다가
뭔가 특별한 것 없는 하루였지만 이상하게 낯선 하루를 되돌아보며 키보드를 두드려본다.
쓰다 보니 23시 59분이라 이제는 업로드를 해야 제목에 부합하는 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 얼마만인가 이토록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나는 요즘 평범한 날이 낯설게 느껴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