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를 정리하기에는 빈약한 글이지만
연말이 되면 이유를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 두근거림은 새롭게 다가올 것을 맞이하는 설렘의 박동 일수도, 이 시기의 한 구간이 떠나감에 아쉬워하며 흔들리는 마음의 떨림일지도 모르지만. 연도가 바뀐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은 싱숭생숭한 마음을 겪는다. 물론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해의 숫자가 어색하고, 벌써 올해가 다 갔어? 라며 괜히 지나갈 연도와 새해의 숫자를 곱씹어보게 되는데, 올해는 아직도 22년이야? 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왜일까. 분명 올해의 연도를 의식할 만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겠지. 이제는 떠나보내도 될 준비가 이미 되어버린 거야.
고작 몇 달 만에 휙- 바뀌어버리는 계급체계를 가진 곳에서의 적응과, 금세 바뀌어버린 하루의 시계, 쉬었어야 하는 타이밍을 놓쳐 달려버렸던 4/4분기까지. 꽤 혼란스러웠고 정신없었지만, 많은 것을 얻고 잃었고,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하다.
또, Instagram 스토리를 가장 많이 업로드한 해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군 복무 중 휴가는 지금 생각해보면 7일 중 주어지는 이틀의 주말과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억지로라도 알차게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많은 것들을 보고, 잠시 잊고 지냈던 이들도 만나고, 새로운 곳들에도 가려고자 했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고픈 욕구도 넘쳤다. 전역을 하고서도 좋은 것들을 눈에 담고 난 다음에는 무조건 업로드를 했다. 기억을 저장하고자 하는 노력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가장 예쁜 형태로 무의식중에 드러나는 스트레스와 적막함과 외로움의 증거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나름의 결단으로 현재는 모바일 앱을 삭제하고 웹으로만 종종 소식을 주고받는 정도이다.
누군가와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어색함에 적막한 단절감을 가진 공간에서 새로운 일을 하기도, 글을 읽고 쓰며 사색의 시간을 가지기도,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서 보며 취향을 재정비하기도, 어두운 감정에 휩싸여 무너졌던 때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화가 났을 때도, 기억은 전부 못하지만 어딘가 추억이 되어져 남아있을 어떤 순간들도.
곧 지난 해가 되어버려 기억의 저편으로 자리를 옮기겠지만, 새로운 해 --라고 의식하기엔 매일매일 내게 주어지는 아침이 늘 새롭고 소중한 날이라는 마음으로 살고자 함에도-- 에는 어떤 순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지 상상하며 연말의 공허한 마음의 진동을 설렘의 콩닥거림으로 바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