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서재
가득찬 달을 바라보며
너무자몽다
2020. 10. 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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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해가 뜨고 맞이하는 세번째 계절의 중간에 서있는 지금.
최근 뭔가 벅차다는 감정을 받을 때가 많은 듯하다.
어딘가 마무리짓는 구석이 없이 순간만을 모면하며 살아가는 느낌이다.
사실 이런 느낌이 든 것은 비단 최근만의 일은 아니었다.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감정을 느낀지가 너무 오래되었거나
혹은 '성취감'의 역치가 증가하여 감흥이 사라졌거나.
졸업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에서, 무언가 하나를 끝맺음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면
다음에 내딛을 발걸음이 방향을 잠시 잃었기 때문이려나.
#2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은 훌쩍 자라 제법 말이 통하는 정도가 되었다.
문득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가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별 이유는 없다. 궁금하기는 한데 그냥 물어보고 싶지는 않을 때가 가끔은 있지 않은가?
#3
내가 애정하는 인디밴드 '가을방학'은 그들의 세번째 정규앨범의 이름을 '세 번째 계절'이라고 지었다.
시간을 세는 단위에 한 달은 너무 촘촘하고 1년은 너무 무딘 칼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계절로 세었다나.
그냥 갑자기 가득차 있는 달을 보니 그 생각이 났다.
이렇게 틈틈이 떠오르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나는 다소 촘촘하지만 '달'을 블로그 돌아보기의 단위로 정해야겠다.
달이 가득찬 날이 돌아올 때마다 블로그가 채워진 흔적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