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이틀 차 아침__이라기엔 도착한 지 12시간 남짓이지만__이 밝았다. 8시쯤 느지막하게 일어나 화장실 거울로 내 모습을 가볍게 점검, 살짝 뒷머리가 눌렸지만 모른 척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고 밖으로. 자전거 자물쇠를 풀고, 어쩌면 벌써 이곳이 익숙해져 버린 것만 같은 느낌으로 페달을 밟았다. 숙소 베란다에서 보이던 작은 항구의 어업 선박들은 주말도 잊은 채 분주하게 움직였고,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에 비친 햇빛은 내게 기분 좋은 눈부심으로 부스스한 아침을 깨워줬다. 차분한 아침 공기 속에 느껴보고 싶었던 분위기가 있어, 미리 구글맵에 핀포인트를 놓았던 곳으로 직행했다. 토요일이라 고요한 공기의 관공서와 학교를 지나, 구름 속에 가려 번진 햇빛과 적당히 차갑고 조용한 바람 사이로 들리는 새소리가 괜..
숙소가 관광지 중심가로부터는 거리가 있는 편이었지만, 내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여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럴 필요가 있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자전거를 여행기간 내내 빌려줘서 좋았고, 근처에 크고 저렴한 마트가 있어서 매일 저녁에 간식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가기가 용이했다. 1일차 저녁, 창코미시마에서 카레나베를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루미에르를 들러 과일 몇 개와 우유 푸딩, 말차 두유팩 하나(얘가 제일 맛났었다), 귀여운 간식들과 규슈 특산품 딸기 한 팩을 카트에 담았고, 또 저녁에 식당에서 마셨던 아카키리시마 고구마소주 한 병을 루미에르 리큐르 코너에서 구입하여 자전거 앞 캐비닛을 가득 채워 숙소로 돌아갔다. 루미에르는 현지인들이 퇴근 후에 많이 찾는 곳이었고,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서 저렴한 ..
창코미시마 · 일본 〒812-0053 Fukuoka, Higashi Ward, Hakozaki, 3 Chome−6−18 久松屋商店 ★★★★★ · 창코나베 전문식당 www.google.com 후쿠오카와 나베 요리, 하면 모츠나베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모츠나베의 본고장이 바로 후쿠오카이기 때문. '모츠'는 일본말로 내장을 두루두루 의미하는 단어인데, 이를 채소들과 함께 전골로 끓여낸 음식이 바로 '모츠나베'. 평소에 전골음식을 좋아했기에, 한 끼는 무조건 나베 요리를 먹어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첫날 오후 4시 비행기,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나 숙소로 도착할 예정이었기에 근처에서 먹을 식당을 찾아보던 도중.. 예약했던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체크인 관련 메세지가 왔고, 답장을 한 뒤에,, 숙소 리뷰..
2022년 12월 2일 아침. 날씨는 맑음. 3주간의 드디어 당일, 아침을 간단히 샌드위치로 떼우고 환전한 돈을 수령하기 위해 은행으로 나섰다. 혹시나 은행에 사람이 많을까 해서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대기인수가 벌써 20명을 넘는게 아닌가? 역시.. 다들 참으로 부지런하시구만.. 하고 생각했으나 우연히 오늘이 은행에서 내년 달력을 나눠주는 날이었기에, 동네 어르신들이 모두 모인 듯 했다. 의도치 않게 오픈런에 참가해버린 셈이다. 그치만 덕분에 내년 우리은행 달력을 겟-! 새마을금고에서 나눠주는것 같이 숫자만 큰 달력일 줄 알았는데 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것이 벽에 걸면 좋겠는걸? 각설하고, 시작이 좋다. 라는 느낌과 함께 전날 저녁 미리 싸둔 짐을 바짝 들고 공항으로. 인..
연차 신청도 끝냈고, 백신 접종 증명서도. visit japan web에서 사전 검역도, 여행자 보험 가입도. 혼자 떠나서 자유로운 것도 있지만 그만큼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하더라도 혼자 책임지면 되니까 오히려 책임의 무게는 덜 느껴진달까. 사실 글쓰기가 많이 밀렸던 것도, 퇴근 후에 할 일들을 끝내고 여행지 주변을 google maps로 구경하는 데에 시간을 써버렸기 때문이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점들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면 벌써 입이 즐겁고, 바다를 끼고 있는 도로를 자전거로 달리면 느껴지는 바람은 벌써 시원하고, 이것저것 쇼핑할 생각에 양 손이 벌써 무겁게 느껴진다. 비행기 티켓을 끊고 3주. 솔직히 너무 즐거웠다. 어떤 날을 이렇게나 기대하며 기다린 적이 너무 오랜만이라. 그 ..